[이동필의 귀거래사] 사과가 알려주는 기후위기와 대응과제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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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의 귀거래사] 사과가 알려주는 기후위기와 대응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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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알에 만원씩이나 한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설을 전후로 사과값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30%가량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유통업체의 납품단가와 할인가격을 지원하고 바나나와 망고 같은 대체 과일의 수입 확대와 전통시장의 상품권까지 지원하고 나섰다.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란 대통령 지시로 고위당국자가 연일 시장을 찾아다닌 덕인지 소매가격은 다소 수그러지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며칠 전 사과농사를 짓는 지인이 찾아왔다. 예년 같으면 못난이 사과라도 상자째 들고 오던 친구가 사과 세알이 담긴 작은 봉투를 내놓으면서 진작 창고를 비웠다며 겸연쩍어 한다. 사과값이 올랐지만 정작 농사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지치기(전정) 작업은 물론 꽃솎기(적화)와 열매솎기(적과)·잎따기(적엽) 등에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데 그게 모두 돈이란다. 특히 지난해는 봄철 고온으로 일찍 핀 꽃이 4월 꽃샘추위로 언피해를 입고, 장마로 탄저병 등 병해충이 창궐해 20여회 넘게 방제했더니 농약값이 많이 들었다. 어렵사리 생산한 사과를 일찍 상인에게 넘겼더니 실속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사과를 재배한 역사는 100여년에 불과하지만 밤·대추·감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과일로 제사상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 사과에는 비타민C·칼륨·유기산·폴리페놀 등 기능성 물질이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사과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북부 온대성 과일이다. 2023년 33만8000㏊에서 사과 39만4000t을 생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과 60∼70%는 경북 북부지역에서 생산됐으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강원도와 경기 북부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3월29일에는 경북 안동에서 ‘기후위기시대, 경북사과산업 대응전략과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없고 재배하는 품종의 80%가 ‘후지’ 계열이라는 점과 10a당 노동 투입이 171시간으로 미국에 비해 배 이상 많다는 점 ▲1㏊당 수량은 13.6t으로 뉴질랜드 57.4t은 고사하고 세계 평균 18.7t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술 ▲맛있는 사과보다 크고 보기 좋은 사과를 선호하고 품질과 브랜드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 ▲비료와 농약은 물론 잎따기까지 고투입에 의한 물량 위주, 생산 중심의 정책과 개별 농가 대상의 시설과 장비 지원 ▲생산자조직이 취약하고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착색제와 호르몬제는 물론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저탄소 친환경사과 생산과 홍보 ▲품목별 전문생산단지 구축과 품종 갱신, 다축형(평면형) 재배를 통한 노동력 절감 ▲프랑스 노르망디의 사과술과 일본 아오모리의 사과공원과 같은 애플밸리 조성과 사과농사의 6차산업화 ▲썬키스트와 제스프리 같은 사과의 생산유통 혁신을 위한 협동조직의 활성화 ▲저탄소인증제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선과 인증제도 홍보 ▲사과 관련 통계 정비와 지원방법 개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민간단체가 주최하고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재능기부로 이뤄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과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학자습(自學自習)의 공부모임을 계속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의 건강과 농업인의 생계를 지키는 것은 물론 소멸하는 농촌지역과 지구 환경을 살리는 사과산업을 만들어보자는 이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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